일상의 수다.

낯설지 않은 눈빛. / 이사벨라.

이사벨라의 날개 2020. 12. 30. 06:05



낯설지 않은 눈빛. / 이사벨라.

길을 걷다가 빙글 돌아가는 이발소 등을 봤습니다. 요즘은 보기 힘든 이발소를 바라보는데 문이 열립니다. 긴 세월을 건너 온 어르신 한 분이 하얀 까운을 걸치고 밖으로 나오십니다. 좁은 인도에서 마주 선 모양새가 되어 살짝 목례를 하고 옆으로 비켜 갑니다. 문득 그 눈길이 낯설지 않습니다.

중세시대에는 이발사가 외과의사 역할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읽은적이 있습니다. 돌아가는 등의 파란색은 정맥, 빨강은 동맥, 하양은 붕대를 뜻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면도날의 그 날카로움이 수술도구로 쓰였을 수도 있었겠구나 생각해보지만 쉽게 와 닿지는 않습니다. 지나치며 힐긋 보니 문틈으로 낡은 의자가 보입니다.

문득 이발소 의자 팔걸이에 나무 판자를 올리고 앉아 있던 아이가 떠오릅니다. 남자 어른들 틈새에 끼어 높다란 곳에 앉아 아저씨의 가위질에 마음 졸이던 아이. 가위날이 번쩍여서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곤 했습니다. 아마 상고머리라고 했지 싶네요. 앞머리는 눈썹 위로 똑바로, 옆머리를 귀에 닿게 뒷머리는 수동기계로 밀어 올리는 스타일 말입니다. 때때로 머리를 찝어 아야 소리를 내게 했던 낡은 기계도 떠오릅니다.

가끔 이발소 아저씨는 지나가는 나를 불러세워 빵을 주셨습니다. 그럴때면 빵은 얼른 먹으라고 유혹하곤 했습니다. 간신히 참고 기다리던 동생에게 건네면 동생은 눈을 반짝이며 맛있게 먹곤 했지요. 그렇습니다. 이발소 앞에서 마주친 어르신의 눈빛은 어린시절 내게 빵을 건네던 아저씨의 눈빛입니다. 가져간 빵을 맛있게 먹던 동생의 눈빛이기도 합니다. 먼 옛날을 부르는 눈빛을 오늘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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