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첫 날 내리는 눈이 반가워 거리로 나갔습니다. 강아지처럼 촐랑이며 걷자니 나폴거리는 눈꽃들이 어찌나 이쁘던지요. 바라보는 내 눈에도 슬며시 눈꽃 하나 피어납니다.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가벼움입니다. 오래도록 눈 내리는 날이면 치울 일 먼저 떠올리며 행여 넘어지진 않을까 무거운 마음이곤 했습니다.
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눈길을 걷자니 눈꽃 하나가 입술에 내려 앉습니다. 그 순간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생각납니다. 아이스크림은 어느새 입맞춤으로 변합니다. 아득히 먼 옛날 달빛 아래 마주쳤던 입술의 달콤함으로 말입니다. 그래요. 부끄러워 눈 감고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 들킬세라 숨죽이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쩌면 잊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젊음의 열정을 잊는 것 말입니다. 햇살 아래 놓인 눈사람, 팔딱이는 아이, 꼬리 흔들던 강아지, 찹쌀떡과 메밀묵이 떠돌던 겨울 밤들. 그리고 달빛 아래 마주치던 입술과 입술의 아득함. 골목길이 너무 짧아 한없이 바래다 주던 젊은 연인들을 잊었습니다. 그들은 지금 어느 하늘 아래 숨을 쉬고 있을까요. 잊혀진 것들이 아쉬움으로 눈꽃되어 내립니다.
그럼에도 지금 나는 행복합니다. 잊혀진 것들 사이에 남겨진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움켜쥐려고 애쓰던 것들이 그다지 필요치 않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손에 넣으려 안간힘 쓰던 것들이 빠져나가면서 홀가분한 나를 봅니다. 긴 시간의 흐름을 지나고 이제야 사람이 사는 이유는 하나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눈을 뜨며 마주치는 모든 것이 사랑스럽습니다. 당신도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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