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수다.

바람둥이 회오리바람. / 이사벨라.

이사벨라의 날개 2020. 8. 10. 10:40


바람둥이 회오리 바람. / 이사벨라.

시인의 책을 읽자니 가슴이 시립니다. '소녀를 다비하다'란 제목에서 어렴픗이 짐작하던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나를 휘두르는 바람이 시인의 가슴도 휘젓고 돌아다닌다는 것을 말입니다. 바람둥이 회오리바람은 나만 괴롭힌 것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휙 저기서 휘익 시인을 흔들고 지나가는 사람의 발목을 잡으며 세상을 뒤흔들고 있었습니다. 시인은 홀로 바람을 헤치고 앞으로 나서기까지 얼마나 아팠을까요? 시인의 가슴에 불었을 바람이 더욱 시리게 다가옵니다.

처음 시인을 만난 날이 생각납니다. 맨 앞에 서서 당당하게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다 한 순간 울컥하며 말을 놓치는 것을 봤습니다. 비교할바는 아니지만 내가 쓴 글을 읽으면서 눈물이 나와 채 읽지 못하던 지난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남 앞에 나서는 일을 하지 않던 내가 앞으로 나가 시인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 날 이후 시인은 마음 깊은 길동무가 되었습니다. 시인이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헤쳐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시인과 저 그리고 이 순간 바람부는 거리에서 휘청이는 사람들이 무사하기를 바랍니다. 바람에 휩쓸리지 않고 언젠가 지난 이야기를 하며 웃을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바랍니다. 매캐한 연기 속에서 자신을 다비하며 한 생애를 불사르는 소녀가 말합니다. 죽어야만 살 수 있으니 소녀를 불사르고 다시 힘을 내라고 합니다. 바람은 지난 날 그랬듯이 앞으로도 수시로 불어 올테지요. 그래도 이젠 시인의 앞 길에 회오리바람은 그만 불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인과 나 그리고 지금 바람부는 거리에서 아픈 이들이 힘차게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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