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이 그동안 많이 참았나 봅니다. 몇날 며칠 쉬지 않고 울어대는 하늘을 보며 나도 그만 울고 싶어집니다. 하늘이 퍼붓는 비에 시퍼런 멍이 들고 흠씬 젖은 그이가 안쓰러워 눈물이 납니다. 그이를 언제 처음 봤는지 정확한 날짜는 잊었습니다. 어느 날 불쑥 눈 앞에 나타나 벌써 수십 년을 눈앞에서 어른거립니다.
작은 보따리를 들고 고개숙인 여자와 지하로 걸어 들어가던 그이가 기억납니다. 그들은 하하 호호 웃기도 하고 한숨소리와 뒤척이는 소리로 잠을 설치기도 했지요. 밤새 그들의 동정을 살피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엄마의 자궁을 탈출하듯 굴속에서 아이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나, 둘, 셋 거침없이 까르륵 거리는 아이들이 어찌나 이쁘던지요. 세상이 온통 제 것이냥 웃던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봅니다. 찌푸리고 언성을 높여 그이에게 악을 쓰곤 합니다. 그런 날 밤이면 그이는 슬그머니 내 곁에 앉아 받지도 못하는 소주잔을 건네곤 했습니다. 오래지않아 아이들은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정신없이 퍼붓던 비가 잠시 빼꼼한 아침입니다. 그이가 지친 표정으로 나와 판을 벌립니다. 이웃집 창문 밑에 물이 줄줄 흐르는 옷들을 걸쳐 놓습니다. 창이 없는 그이는 옷이 젖어도 남의 집을 빌려야만 하니 이웃집도 군말없이 양보합니다. 가만 보니 그이의 얼굴 주름골 사이마다 곰팡이가 가득 피어있네요.
하늘도 그이의 얼굴을 보고 슬펐나 봅니다. 바보같이 다시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커다란 우산이 되어 그를 가려주고 싶습니다. 그이의 젖은 옷들을 지켜주고 주름진 얼굴도 펴주고 싶습니다. 모든 걸 내려놓은듯 웃기만 하는 그이를 꼭 안아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나도 많이 울고 싶은 날입니다. 하늘이 이제 그만 울고 햇살 한 번 쨍하니 비춰주면 참 좋겠습니다.
#애달픈가로등 #이사벨라 #바람결 #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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