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생 처음 애견카페라는 곳을 갔습니다. 요즘 애견인들이 보면 흉을 볼 정도로 강아지에게 무심한 제가 딸아이 덕분에 간 것입니다. 카페는 한 마디로 말해 개판이었습니다. 강아지를 놀게 하기 위해 강아지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싼 입장료를 내고 음료 한 잔씩 받아 들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 중 유난히 짖어대는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주인인듯한 여자가 묻지도 않았건만 변명하듯이 아이가 상처가 많아서 그런다고 합니다. 그 말에 문득 상처 많았던 내 가족을 돌아 봅니다. 사람들의 방임과 학대로 상처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만큼 경험한 강아지와 딸 그리고 나, 세 여자가 모여 웃고 있습니다.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 앉고 바람 선선한 야외에서 개판을 보며 웃고 있으니 참 좋습니다.
갑자기 상처란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상처란 몸을 다쳐 부상을 입은 자리라고 사전에 나옵니다. 사실 몸을 다친 상처는 눈에 잘 보이니 치료하기도 쉽습니다. 문제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입니다. 웃고 있는 얼굴 저 깊은 곳에 어떤 상처가 얼마나 자리하고 있는지 어찌 알 수 있을까요. 내 아이들의 상처는 과연 다 나은 것일까요? 치유했다고 생각했던 상처에 자주 휘청이는 나를 보면 믿을 수 없기도 합니다.
며칠동안 곁에서 웃어주던 딸을 세상으로 다시 돌려 보냈습니다. 대전역 광장에서 바라 본 뒷모습이 어찌나 연약한지 안쓰러웠습니다. 돌아 선 딸의 뒤에서 가만히 속삭여봅니다. "상처가 아니라 좀 더 강해지기 위한 훈련이었다고 생각하자. 너와 나, 우리가 인연이 되기 위해 겪어야만 했던 불가피한 과정이었다고 말이다." 내 아이가 만나는 세상은 좀 순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배웅을 하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어쩌면상처가아닐지도 #이사벨라 #바람결 #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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