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수다.

평화를 빕니다. / 이사벨라.

이사벨라의 날개 2020. 9. 28. 17:14





평화를 빕니다. / 이사벨라.

떠나고 싶은 마음이 늘 머리 속에서 수런거립니다. 그 수런거림이 가라앉지 않아 미안할 뿐입니다. 떠나지 않기 위해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친구들을 만납니다. 가슴 속 시린 눈물을 감추려 애써 웃습니다. 이제 그만 안간힘 쓰고 쉬고 싶습니다.

연초록 풀잎 같던 봄은 겨울의 연속이었습니다. 거센 빗줄기로 수놓던 여름은 기나긴 눈물이었지요. 진한 눈물로도 삭히지 못한 열기는 끝없이 대지를 숨막히게 했습니다. 이리저리 갈대처럼 흔들리는 가슴에 가을이 왔습니다. 결국은 지나갈 이 가을을 어찌 지낼지 참으로 무겁습니다.

모처럼 아무 생각없이 산길을 걸었습니다. 앞서가는 강아지 꽁무니를 따라가며 풀잎과 나무들, 높고 푸른 하늘, 유유히 떠가는 구름, 크고 작은 낯선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한 산이 머리속 수런거림을 잠재웁니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평화입니다. 이 평화가 오래 지속되면 좋겠습니다.

기나긴 방황을 끝내고 똑바로 걷는 오늘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갈 곳도, 찾는 이도 없건만 떠나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을 이젠 내려놓고 싶습니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기전에 조금은 여물어진 나를 만나면 좋겠습니다. 스산한 겨울도 따듯하게 받아들이는 내가 되길 바랍니다. 산길에서 만난 평화가 나와 당신을 감싸는 하루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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