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수다.

뭍에 올려진 배는.... / 이사벨라.

이사벨라의 날개 2020. 9. 20. 06:10



뭍에 올려진 배는.... / 이사벨라.

'이따금씩 배도 바다를 버리고 뭍으로 올라와야 한다. 전 생애를 마칠때까지 줄곧 바다에 떠 있을 수는 없지. 뭍에 올라앉아 배 밑창을 햇볕에 말리고 흠집도 수리해야 할 시기가 필요한 법이란다.' 「길」- 조창인.

이 대목을 읽으면서 며칠 전 바다에서 본 작은 배들이 생각났다. 땅 위에 올려진 배를 보며 막연히 태품때문에 그려려니 하고 말았었다. 이제야 배가 물을 떠난 이유가 태풍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태어난 것은 소멸을 향해 가기 마련이고 그 시기를 늦추기 위해 수리를 해야 한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부모에게서 물려 받은 몸을 평생 쓰기만 했으니 때로는 수리가 필요하다. 그걸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하다니 난 어지간히 미련한 사람이다.

누구나 나이들면 몸과 마음이 약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그걸 인정하지 않고 젊은 날의 혈기왕성했던 것만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평생 가까이 하지 않던 병원을 내 집 드나들듯 들락거리며 마음까지 흔들리고 있다. 롤러코스터라도 탄 것처럼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추락하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약해진 나를 인정하지 못하겠다. 세상 못 할 일이 없고 두려운 것이 없었는데 이대로 당하기만 해야 하다니 받아 들이기 싫다.

뭍에 놓여 있던 배가 다시 떠오른다. 수리를 위해, 혹은 쓰임새를 다해서 물을 떠난 배는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부드럽게 감싸던 물결이 그리워 눈물 짓거나, 아랫배를 스치던 물고기들이 보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파도치는 바다에서 살기 위해 가진 힘을 다하던 순간의 열정, 투박한 어부의 거친 손놀림, 달빛과 바람의 속삭임을 그리워 하려나? 어쩌면 이대로 폐기처분을 당하고 싶진 않다는 생각을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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