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늘 미안한 마음이란다. 말은 하지 않지만 왜 그런 마음이 없겠니. 너에게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지. 변명이라면 아비는 배우지도 못하고 가진게 별로 없었단다. 내 아비 역시 가난했기에 누굴 탓할 수도 없는 일이었지. 가난한 집 숟가락 하나 덜기 위해 도시로 무작정 나온 때가 지금의 너보다 어린 나이였다.
외로운 도시에서 네 어미를 만나 너를 낳고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땡볕 아래 등짐은 일상이고 거리의 날품팔이도 마다하지 않았지. 배우지 못해 편히 하는 일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다. 그래도 너를 떠올리면 없던 힘도 생기곤 했단다. 이른 새벽 집을 나와 캄캄한 밤이 되도록 일을 했지만 너의 바램을 모두 채워주진 못했다. 미안하다.
세상은 약한 짐승은 잡아 먹힐 수 밖에 없는 정글이었다. 나 하나 먹히는 건 상관없지만 내겐 지켜야 할 것들이 있었다. 가끔은 아비도 힘에 겨워 도망가고 싶었다. 지치고 피곤할때면 한 잔 술로 달래다가 너를 아프게 하기도 했지. 돌아보면 미안하지 않은 일이 없구나. 능력없는 아비 만나서 남보다 힘들게 사는 너를 볼 면목이 없다. 다행히 아비 닮지 않고 야무지게 사는 너를 보니 마음이 놓인다. 고맙다.
#미안하고고맙다 #이사벨라 #바람결 #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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