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학번이세요? / 이사벨라
텔레비젼에서 서울역에 사는 노숙자들을 보았다. 한 경찰관이 돌아다니며 보살펴주는 것이 보기 좋았다. 무심히 보다가 노숙자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본다. 본인이 원해서 일어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들도 분명 사회에서 열심히 살던 때가 있었다. 어쩌면 노숙자는 약삭빠르게 자기 몫을 챙기지 못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요즘 들어 몇 학번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렇게 묻는 이유는 몇살인지, 서로 어떤 연결점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일 것이다. 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몇 학번이냐는 말이 대학교를 언제 들어갔는지 묻는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것도 못 알아 듣다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그랬다. 몇 학번이냐고 묻는 것은 어쩌면 그 자리에 끼어들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은 주류에서 밀려난다는 것을 뜻한다. 원하지 않아도 아웃사이더가 된다. 난 완전 무식쟁이는 아니다. 젊은 시절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몸으로 익힌 것이 많다. 책도 꾸준히 읽어 기본 지식은 충분하다. 일찍부터 눈치밥을 먹어서 그런지 어떤 일이라도 잘 해내는 편이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내밀 수 있는 자격증은 초등학교 졸업장이 전부다. 덕분에 내가 택할 수 있는 일은 언제나 몸으로 떼우는 일 뿐이었다.
주변을 돌아보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배우지 못했기에 여전히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몸이 건강할 때는 남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되지만 사고가 나거나 병이 들면 생계가 막막해지는 사람들이다. 노숙자는 게으르거나 무식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학연과 지연, 혈연으로 형성되는 사회에서 어딘가에 속해 잘 살아보려고 안간힘쓰다가 주저 앉은 사람들이다. 그들을 외면하지 않고 보듬어 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몇학번이세요 #이사벨라 #바람결 #바람꽃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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