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수다.

야무진 꿈 / 이사벨라

이사벨라의 날개 2021. 7. 21.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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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진 꿈 / 이사벨라

난 가방을 좋아한다. 길을 걷다가도 진열되어 있는 가방을 보면 나도 모르게 발길이 멈춘다. 주로 수납이 많이 되는 큰 것을 선호한다. 아이들이 떠나고 헐렁해진 옷장 하나에 가방이 빼곡하게 들어있다. 살면서 많은 부분에 절약이 습관화되어 있지만 가방만 보면 충동구매를 하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어 사놓고 제대로 들고 다니는 일은 드물다. 이유는 어떤 것은 잘 차려 입은 옷차림에 어울리고, 어떤 것은 여행자에게나 어울리기 때문이다. 일을 그만두고 제일 먼저 한 일이 있다. 여행을 다니려고 캐리어를 산 것이다. 아직도 캐리어는 옷장 안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가방을 좋아하는 이유가 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어쩌면 떠나고 싶은 방랑자의 기질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작고 예쁜 백이 아닌 큰 백을 좋아하는 것은 떠나고 싶은 자의 욕구불만은 아닐까? 더 깊이 들여다보면 '현실에 묶인 나를 떠나고 싶어서'라는 표현이 더 적당할 것이다.

이 순간에도 꿈을 꾼다. 책으로만 보던 세상을 직접 눈으로 보기를 희망한다. 현실이 팍팍할수록 꿈은 더 구체화되어 간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면서 지구 곳곳에 발도장을 찍고 싶다. 옷장 안에서 한 번도 빛을 보지 못한 캐리어를 손으로 쓸어 본다. 그것을 끌고 인천 공항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나를 상상해본다.

#야무진꿈 #이사벨라 #바람결 #바람꽃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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