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수다.

이제야 당신을 사랑합니다. / 이사벨라.

이사벨라의 날개 2020. 7. 25. 07:02



이제야 당신을 사랑합니다. / 이사벨라.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 될 무렵 당신과의 인연도 끝났습니다. 이십 몇 년의 만남이 어찌나 길고 질기던지 오래도록 길을 잃고 헤맸습니다. 마지막 순간은 차라리 홀가분할 정도로 우리 인연은 악연이었지요. 당신은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전 그랬답니다. 철이 들면서 부터 묘하게 비틀린 세상이 보이고 그 시작점이 당신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 했으니까요. 어쩌면 저만의 착각일지도 모릅니다.
문득 당신의 세상은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 일제시대를 겪고 동족상잔의 비극을 지나면서 어찌 살았는지요? 일본에서 대학을 다녔다는 당신이 술이 취해 소리치던 '빠가야로' 소리가 아직도 메아리 칩니다. 욕이라고 생각했던 그 말이 바보라는 뜻임을 이제야 알게 된 바보입니다. 내가 당신을 떠나고 싶은 사람으로만 기억하듯 어쩌면 당신도 떠나고 싶은 자신을 다잡기 위해 술에 취해 빠가야로를 외친 것은 아니었는지요.
만남도 헤어짐도 내 뜻은 아니었지만 당신의 딸로 산 세상이 아주 헛되지는 않았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세상의 아픔을 보았고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시간들이 나를 만들었습니다. 함께 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홀로 지냈지만 어떤 일을 하던지 당신은 여전히 내 안에서 숨을 쉬며 말을 합니다. 혹여 다음 생이 있어 우리가 만난다면 다시 아버지와 딸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때에는 내가 아버지가 되어 외롭고 아팠을 당신을 힘껏 안아주고 사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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