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수다.

목욕탕 가는 길. / 이사벨라.

이사벨라의 날개 2020. 7. 28. 07:37



목욕탕 가는 길. / 이사벨라.

저주받은 몸매와 환경적 요인으로 수영장을 가까이 한 적이 없습니다. 산자락 끝에 자리한 달동네에서 나고 자란 탓에 물하고는 관계 없는 생활이기도 했지요. 유일하게 가까이 한 물이라면 목욕탕 정도 입니다. 그마저도 잘해야 일주일에 한 번 가는 게 전부 입니다.

의사가 내린 처방 중에 수영장에서 걷기가 있습니다. 문제는 집 주변에 수영장이 없다는 것 입니다. 좀 떨어진 곳에 있지만 게으른 제가 잘 다닐지 의심이 되더군요. 결국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목욕탕 입니다. 목욕탕의 냉탕이 목까지 올 정도로 깊으니 수영장처럼 걸으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때마침 목욕탕에서 정기권을 할인한다고 해 거금을 투자 했습니다.

시작은 거창했으나 결과는 보기좋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실패한 이유는 목욕탕이 재미 없어서 입니다. 책을 읽을 수도 없고 뜨거운 열기 탓에 오래 있지도 못하는 목욕탕이 심심했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예쁜 꽃도 보이고 산책 나온 강아지들도 간혹 만나는데 목욕탕에는 벌거벗은 여사님들만 보입니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목욕탕 가는 길에 옆 길로 새는 나를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일주일에 한 번 때만 밀던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쌓여 있는 목욕탕 티켓을 다 사용하려면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그 목욕탕에 충성 고객이 되어야만 하겠지요? 목욕탕 가는 길은 여전히 유혹이 많을테니 말입니다. 평생 처음 맞이한 안식년에 사고 치고 수습하고 뒤뚱거리면서 이렇게 어리바리로 지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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