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수다.

꿈이 머무는 곳. / 이사벨라.

이사벨라의 날개 2020. 8. 31. 07:29



꿈이 머무는 곳. / 이사벨라.

도시에 사는 것이 꿈이었다. 의지가지없는 낯선 곳이라도 그 곳에 가야만 사람 노릇 할 것 같았다. 평생 일렁이는 파도만 보고 사는 어른들이 답답했다. 보물창고 들락이듯 눈만 뜨면 바다로 향하지만 맘껏 먹지도 못하는 해산물에 매달리는 모습이 싫었다. 깍아지른 바위에 필사적으로 달라 붙어 있는 미역같은 인생이 되고 싶지 않았다.

밤이면 반짝이는 네온처럼 화려하게 살고 싶었다. 티비를 통해 본 선남선녀들의 우아한 삶을 꿈꾸었다. 투박한 사투리에 촌스런 옷차림은 벗어버리리라 작정했다. 파도 사이를 가르고 바위를 디딤돌 삼아 도시로 탈출했다. 어머니의 꼬부라진 손으로 채취한 미역이 배삯이 된 날 도시인이 되었다. 마침내 원하던 곳에 도착한 것이다.

도시인의 삶은 정신 없었다. 어머니의 따스한 눈길과 파도의 노래도 모두 바람에 먼지가 되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도시인이 되는 일에 몰두했지만 바다는 떠나지 않았다. 지쳐 쓰러진 밤이면 달빛 내려 앉은 윤슬이 나를 불렀다. 바위에 매달린 미역의 몸부림이 달라 붙어 떨어지지 않는 밤들의 연속이었다. 아침이면 베개잇에 수놓인 눈물자국이 나를 깨웠다.

난 도시인이 아니다. 내가 있을 곳이 아닌데 너무 많은 시간을 낯선 곳에서 헤맸다. 꿈이 뭐였는지 잊었다. 다만 지금 이 순간이 편안할 뿐이다. 나를 키운 어머니가 파도가 되어 노래한다. 바닷가 마을 촌스런 어머니 곁에 와서야 비로소 막혔던 숨이 트인다.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어머니와 함께 할 시간을 놓치지 않았을텐데.... 눈길 닿는 곳마다 어머니가 계신다. 나를 보고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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