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발 노인이 평생 소원인 글을 읽습니다. 알지 못해서 멍들었던 가슴 달래며 글을 배웁니다. 어머니, 아버지, 자기 이름 석자를 또박 또박 적습니다. 오랜 시간 떠돌던 길에서 바람막이 하나없이 버터낸 시간들이 왈칵 눈물을 쏟아냅니다.
흐릿해진 시야를 파고드는 이름 석자에 이빨 빠진 입을 가리며 배시시 웃어 봅니다.
말처럼 글을 알았다면 사는 게 조금은 나았을지도 모를 시간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중국집 주방에서 양파를 까며 나오는 눈물과 이름 석자 적으며 나오는 눈물은 맛이 다릅니다. 남 입에 넣을 음식 만들면서 흘린 눈물은 쓰기만 했다면, 이름 석자 적으며 흘리는 눈물은 쓰면서도 달콤합니다. 보면서 따라 그리던 훙내쟁이 시간들이 손가락 끝에서 글꽃으로 피어 납니다. 눈물의 맛이 정말 다릅니다.
X나 O가 아닌 이름 석자로 하는 서명이 반짝입니다. 하얀 종이에 까만 별들을 읽지 못해 고개 숙인 날들이 은하수처럼 흘러 갑니다. 지은 죄 없이 자식 앞에 웅크렸던 몸이 어깨를 폅니다. 하늘 높이 떠 있던 별이 손 끝에 내려 앉아 지난한 시간들을 지웁니다. 이제 세상을 다 가진 기쁨에 떨리는 몸을 가만히 안아 줍니다. 별 같은 글씨를 만드는 귀한 손으로 온 몸을 쓸어 봅니다. 토닥토닥 쓰담쓰담 아주 오래도록....
#두려움을떨치고 #이사벨라 #바람결 #바람꽃 #우리는너나없이어딘가에서문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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