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은 밤 막내아들이 말합니다. '배고프다. 엄마 밥 없어?' '냉장고에 밥 한 공기 있어 전자렌지에 데워줄까?' '아, 찬 밥 싫은데. 라면 끓여 먹을래.' '왜? 전자렌지에 데우면 금방 한 것 같다는데.' '엄마 난 찬 밥이 싫어,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냥 뭔지 모르게 서러운 마음이 들어. 뭐라고 표현할지 모르지만....' 올해 스물 여섯 살된 아들의 말에 마음이 아픕니다.
'엄마가 가게하면서 찬 밥을 줘서 그런가?'하는 아들에게 말합니다. '난 찬 밥 준 적 없다. 그때는 엄마도 기운이 넘쳐서 너희들에게 따듯한 밥 먹이려고 노력했으니까.' '그런가? 하여간 이유는 몰라도 찬 밥만 보면 가슴이 시리고 먹기 싫어.' 합니다. 기억하지 못할 일도 몸 안의 세포에는 새겨져 있나 봅니다. 사실 막내는 두 돐 전에 입양과 파양을 여러번 경험한 아이입니다.
두 돐 지나 우리 집 막내가 된 아들은 유난히 미각이 뛰어납니다. 먹는 것에 있어서는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어 주변 사람들이 요리평론가가 되면 좋겠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런 아이의 가슴에 서늘한 우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두 돐 전에 있었던 일들이 아이에게 어두운 우물을 만든 것입니다.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지 다시금 깨닫습니다.
어린 시절 새겨진 흔적들은 어른이 된다고 저절로 없어지지 않습니다. 저 역시 가슴에 서늘하고 어두운 우물 하나 품고 있습니다. 평소엔 잊고 있지만 어느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그런 순간이 오면 '괜찮아, 이건 지금 상황과는 상관없고 내 뜻이 아니야.' 하면서 자신을 다독일 뿐입니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있습니다. 날마다 상처를 안아주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사랑을배우는중입니다 #이사벨라 #바람결 #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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