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수다.

함께 하는 세상. / 이사벨라

이사벨라의 날개 2021. 4. 30. 08:11



함께 하는 세상 / 이사벨라

잠시 눈을 감고 걸어 봅니다. 온갖 소리들이 다가 오며 공격이라도 하는 것 같아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는 일이 힘이 들었습니다. 얼마 후 눈을 뜨고 거리를 봅니다. 주변의 소란스러움과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 조금 전의 공포는 거짓이라고 할 정도로 세상은 변함없는 일상을 보여 줍니다. 아주 잠깐 어둠의 세계를 맛 보고 돌아 왔지만 평생을 그렇게 사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지 생각을 해 봅니다.

그 일 이후에 주위를 둘러 보니 인도에 점자 보도블럭이 보입니다. 그런데 저것이 정말 맹인을 위한 안내가 맞을까 의심이 될 정도로 엉망인 상태의 보도블럭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여기 저기 깨지고 점자를 나타내는 부분은 다 닳아서 눈으로 봐도 알 수 없으니 그것을 맹인이 어떻게 신발을 신은 발로 알아낼 수 있을까요.

지난 금요일엔 휠체어를 사용하는 친구와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일부러 식사시간을 비껴서 식당 하시는 분이 곤란하지 않게끔 배려까지 했지요. 그러나 식당 입구의 높은 턱과 일하시는 분의 표정과 말투에서 묻어나는 짜증은 즐거워야 할 식사를 조금 우울하게 만들더군요. 그래도 친구가 눈치 채지 않게 식사를 하고 나오며 이 친구들은 혼자서 식사하러 갈 수도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언젠가 12월이 되면 그 해의 예산을 다 써야만 다음 년도 예산을 타는데 지장이 없다며 남은 금액을 쓰기에 바쁜 기관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멀쩡한 도로를 파헤치기도 하고 하지 않아도 될 공사를 하면서요. 어째서 그런 예산들을 약자의 편의를 위해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쓸모 없고 훙하기까지 한 점자보도블럭을 바꾸고 건물 입구의 문턱을 낮춰서 휠체어로 쉽게 이동할 수 있게끔 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일까요?

커다란 저금통을 하나 마련하고 싶어요. 줄줄이 새는 예산들을 모아서 진정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는 저금통이요. 아직도 갈 길이 먼 복지를 눈을 감았다 뜨는 경험을 통해 잠깐이나마 생각해 보며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함께하는세상 #이사벨라 #바람결 #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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