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는 20kg 쌀 한포를 거뜬히 든다. 남자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힘 쓰는 일에 거침없다. 힘을 쓰려면 뱃심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먹성이 좋다. 일단 식탁에 앉으면 차려진 음식이 다 사라져야 수저를 놓는다. 귀한 음식을 남겨서 버리면 벌 받는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사실 그녀는 강한 척 하지만 내심은 다시 없이 여리다. 그녀는 책을 읽다가 슬픈 장면이 나오면 눈물 콧물을 훌쩍이며 화장실로 숨는다. 제 살림이 아무리 팍팍해도 어려운 사람을 보면 모른 체 못한다. 가진 것 다 주고 제 몸으로 부족한 부분을 충당하려고 애 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어도 싫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그저 웃음만 짓는다. 그런 그녀가 변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가리는 것 없이 먹던 먹성이 사라졌다. 먹는 일이 전에 없이 힘들어진 것이다. 먹는 양이 줄면서 뚱뚱하던 몸이 작은 바람에도 쓰러질 듯 홀쯕해졌다. 거칠 것 없던 그녀가 온실 속의 화초처럼 변했다. 다른 이의 동정은 죽어라고 싫어했는데 바라보면 절로 동정심이 생길 정도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으로 힘든 일은 생전 해본 적 없다는 듯 흔들거린다.
그녀가 온실 속 화초처럼 변하면서 마음에 고삐가 풀렸다. 꼭꼭 숨겨왔던 여린 마음이 바깥바람을 쐬더니 정신 못차린다. 이리저리 뒤뚱거리다 정신차려보니 너무나 다른 사람이 하나 서 있다. 생소한 그 모습이 낯설지만 싫지는 않다. 오래도록 빛을 보지 못하던 마음에 충분히 햇살을 쬐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는 다시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야생에서 온실로, 온실에서 자연으로 자리 매김을 하면서 흩어진 자신을 추스린다.
#제자리찾기 #이사벨라 #바람결 #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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