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수다.

수다의 힘. / 이사벨라.

이사벨라의 날개 2021. 3. 31. 10:41



수다의 힘. / 이사벨라.

2020년은 세계 역사에서 코로나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내 개인사에는 2020년이 어떻게 기록될지 생각해 본다. 아마도 수다쟁이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평생 한 말보다 작년 한 해 쏟아낸 말이 더 많기 때문이다. 손가락을 타고 줄달음쳐 나오는 말들이 어찌나 많은지 나 자신도 놀랄 정도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을 만나면 긴장해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꼭 해야 할 말조차 하지 못해 곤란한 경우도 많았다. 그런 내가 언젠가부터 긴장감이 없어졌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본다.

그건 마음을 열어서다. 전에도 마음을 열고 사람들을 대하긴 했지만 대부분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나란 사람을 편하게 생각했다. 바쁜 현대인의 특성상 누군가 자기 얘기를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열린 마음으로 대한다고 생각했지만 나 자신에 대해선 말을 하지 않았다. 아웃사이더로만 살아온 삶이 입을 다물게 했던 것이다. 내 말과 남들의 말들이 몸 안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자연스럽게 숨을 쉬어야 한다. 편하게 숨쉬기 위해 숨구멍을 터주어야 하는데 틀어막고 사느라 심신이 지쳐갔다. 말이란 것 역시 살아있는 생명체다. 바깥 바람을 쐬어 주고 햇살로 뽀송하게 말리기도 해야 한다. 난 오래도록 말을 가둬 놓고만 있었다. 결국 켜켜이 쌓인 말들이 반기를 들고 밖으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글을 쓰게 되어 천만다행이다. 글로 수다를 하고 비우기 시작하니 비로소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이제 어떤 경우에도 편하게 사람들을 대한다. 닫혀 있던 마음을 열고 가감없이 내 말을 해방시키면서 얻은 평화다. 그것이 2020년 내가 알게 된 수다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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