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수다.

봄날의 진달래꽃. / 이사벨라.

이사벨라의 날개 2021. 3. 20. 08:10



봄날의 진달래꽃. / 이사벨라.

아파트 화단에서 연분홍 진달래꽃을 발견하고 발길을 멈췄다. 며칠 전 지나갈 때만 해도 앙상한 가지만 삐죽이더니 가지 끝에 봄을 매달고 있었다. 어찌나 색이 여린지 겨울을 버티고 얼굴을 내민 게 신기할 정도다. 문득 언젠가 보았던 철쭉 분재가 생각났다. 철사로 칭칭 동여 맨 모습이 가슴 아파 시선 둘 곳을 모르다가 금방 외면하고 말았다.

분재를 좋아하고 열심히 키우는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난 분재를 보면 불편하다. 물론 예쁘게 키우기 위해서 가지치기를 할 필요도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억압을 하는 것에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다. 어쩌면 그건 나의 잘못이 떠올라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주고 편한 길로 이끌고 싶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지를 뻗어 다른 길로 가려 하면 가지를 부러뜨리기도 하고 틈을 주지 않으려 했다. 그 길이 험난한 게 눈에 뻔히 보여 모른 척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엄마이기에 사랑하기에 갖은 방법을 동원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고 했다.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아이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싸움까지 불사하고 가지치기를 하고 철사줄로 동여 맨 것이다.

성인이 된 아이들이 가끔 말한다. 예전에는 엄마가 무서웠다고, 슬프고 화가 나기도 했었다는 말을 한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나는 그저 "미안해, 엄마는 그게 옳다고 생각했어. 다른 방법을 몰라서 그랬어. 엄마는 누군가에게 엄마 노릇 하는 걸 보고 배운 적이 없어서 그랬어. 미안해." 그러면 아이들은 괜찮다면서 웃어 넘긴다. 아이들이 나를 닮지 않고 긍정적이어서 천만 다행이다.

그런 저런 것들이 모여 나로 하여금 분재를 바로 보지 못하게 한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억압하던 부끄러운 내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기에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 내 잣대에 맞춰 멋대로 자르고 묶고 했던 시간들이 부끄럽게 다가온다. 지나가다 우연히 만난 진달래꽃의 여린 분홍색 앞에서 생각이 너무 멀리 가고 있다. 아이들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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