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리에서 한 눈 파는 일이 잦아졌다. 그동안의 삶은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것만 생각했었다. 지금은 도착시간을 길게 잡고 낯선 길로 돌아서 가곤 한다. 얼마 전 부터 시작한 습관이다. 걸으면서 눈이 바쁘다. 어디에 예쁜 꽃이 피어 있을까? 어떤 새로운 것을 만날까 하는 기대로 집을 나선다. 걷다가 쪼그려 앉아 깨알보다 작은 꽃을 찍기도 하고 좋아하는 민들레를 만나 해벌쭉 웃기도 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젊은 남자가 묻는다. 이번엔 어디 다녀 오셨어요?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 매 주 다니는 병원인데 마치 여행이라도 다녀 온 것처럼 웃으며 드나드는 게 신기한지 번번이 묻는다. 사실 나도 다른 이들처럼 병원에 가는 일이 즐겁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 하면서 점차 병원가는 순간을 즐기게 되었다. 난 지인들에게 병원에 가는 날을 젊은 남자와 데이트하는 날이라고 말한다.
언젠가 친구가 우스개 소리로, 젊은 애인을 만나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을 하며 젊은 남자를 만나러 다니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 남자도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왜 아니겠는가. 항상 웃으며 기꺼이 주머니를 개봉하는데 말이다. 더구나 자기 말이라면 무조건 받아들이는 다소곳한 여자니 안 좋아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덕분에 나는 매일 즐겁게 여행한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집에서 병원까지의 여행이 좀 더 멀리까지 이어지기를.... 집에서 바다로, 짧은 시간이 아닌 긴 시간의 여행으로 말이다.
#젊은남자를만나러가는길 #이사벨라 #바람결 #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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