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모요는 아흔 살의 나이에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 많은 소녀처럼 세상을 탐험하고 있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몸을 단련하며 하루를 보낸다. 육십 살이 된 딸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활동적인 모모요는 좋고 싫음도 분명하다. 그녀에게 선물이라도 하려면 마치 감독관 앞에 선 것처럼 두근거리게 된다. 선물이 마음에 들면 '고맙다'를 연발하며 애용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흠'하고 다시 볼 수 없게 깊숙이 넣어둔다. 그런 아흔 살 할머니의 분명한 표현이 마음에 든다.
어릴때 부모는 내 생각은 죽이고 남의 의견을 따르라고 가르쳤다. 여자는 얌전해야 하고 아이는 부모에게 순종해야 하며 집안에 분란을 일으켜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제일 처음 만난 태산같은 부모의 말이기에 시키는대로 무조건 따랐다. 나중에 그 말들이 스스로의 행복에는 전혀 보탬이 안되는 것을 알게 되었어도 낡은 타성에 젖어 질질 끌려다녔다. 사실 누군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내색한 적은 별로 없다. 얌전하게 웃는 얼굴로 '네. 그 말이 옳네요.' 하면서 따를 뿐이었다.
무레 요꼬의「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이라는 책을 보면서 행복해지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세상에 태어난 것은 내 뜻이 아니었지만 어차피 살아야 한다면 행복하게 살고 싶다. 지난 시간들이 타인의 행복을 위해 채워진 것이라면 이제부터는 나를 행복하게 하고 싶다. 난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즐겁고 공부하는 순간이 좋다. 육십이 다되어 새로운 것을 배우려니 주변에서 염려하며 만류를 한다. 그 나이에 공부해서 어디에 쓰냐며 그냥 편히 지내라 한다.
그 나이에, 여자가, 엄마가, 주부가 그러면 안된다는 소리가 언제나 뒤를 따른다. 마음 깊은 곳에서 여자이기 전에 하나의 독립된 인간이 되고 싶다는 속삭임이 들린다. 이제 난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해지는 선택을 하며 남은 생을 살아가리라 작정한다. 그러기 위해 불협화음이 생기면 기꺼이 감수할 생각이다. 오랜 시간 가슴에 묻어둔 속삭임이 밖으로 나오게 할 것이다. 주변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개의치 않고 한 사람으로 똑바로 선 나를 만날 것이다.
#행복한나를만나고싶다 #이사벨라 #바람결 #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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