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문을 열고 잠을 자다가 빗물이 들이치는 바람에 일어났다. 낮동안의 더위를 식혀줄 반가운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쨌든 들어치는 비는 막아야지 싶어 창문을 닫으려는데 아이가 보인다. 이렇게 요란하게 비바람이 부는 한밤중에 저 아이는 왜 거리에 서 있을까? 닫으려던 창문을 반만 닫은 체 한참을 지켜 봤다. 어둠속에서 아이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아이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 봤지만 빗줄기만 내리 꽂힐 뿐 아무것도 안 보인다.
담배를 연거푸 피우는 동안 계속 하늘만 보는 아이가 궁금해 신발을 신고 우산을 들었다. 놀랄까봐 걱정스러워 지나는 척 했는데 아이는 그것도 모르고 하늘만 보고 있었다. 결국 나도 우산을 접고 아이 옆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 봤다. 빗줄기를 한참 보다 옆을 보니 하늘만 보던 아이가 그제야 나를 쳐다 본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환하게 웃는 아이의 얼굴에서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방울이 보인다. 그제야 아이가 아니라 내 또래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순간 지구는 숨을 죽이고 오로지 그녀와 나 둘만 살아 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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