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난 울지않는 아이였다. 말 못하는 아이들은 눈물로 의사표현을 하고 엄마들은 그걸로 아이의 상태를 살핀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엄마는 내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무리 눈물로 하소연해도 통하지 않으니 우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난 그 사람 앞에서도 울지 않았다. 나보다 먼저 그 사람의 눈이 젖어 있기에 울 수 없었다. 그가 떠나던 날도 아니 그를 떠난 건 나였지, 하여간 그 날도 난 울지 않았다. 운다는 건 포기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했기에 울 수 없었다. 그 사람이나 삶의 어떤 부분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인생길 걷는 동안 발바닥부터 목구멍까지 분노와 울분이 차고 올라와도 눈물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그 순간마다 울었어야 했는지 모른다. 실컷 울고 툭툭 털어냈다면 지금 이렇게 일렁거리는 물결을 참느라 애쓰지 않아도 될텐데....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난 눈물 많은 여자가 되었다. 시도 때도 없이 눈꼬리에 자리잡는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어쩌면 비를 좋아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비가 오는 날은 나를 온전하게 감출 수 있어 좋다.
습관처럼 눈물이 나오면 빗방울 핑계로 돌리거나 우산 속에 숨으면 된다. 나잇살이나 든 여자가 혼자 걸으며 눈물 흘려도 빗물인냥 위장하면 정신나간 여자로 보이진 않을테니 말이다. 이른 새벽 커피를 마시며 밤새 창문을 두드리던 빗방울을 만나러 나갈 준비를 한다.
#빗물인지눈물인지 #이사벨라 #바람결 #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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