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수다.

넋두리. / 이사벨라.

이사벨라의 날개 2020. 7. 17. 07:18



넋두리. / 이사벨라.

평생 명함 한 장 만든 적 없습니다. 요즘 흔한 게 명함이지만 예전엔 힘 있는 사람만이 가지고 있었지요. 문득 지금 명함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도 이왕이면 사회에서 힘 꽤나 쓰는 사람의 명함 말입니다. 그런 명함이 있다면 제일 먼저 아래층 여자에게 건네고 싶습니다. 여자가 소리를 지르고 아이가 울기 시작할 때 초인종을 누르고 명함을 건네면 조용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힘 없는 사람일수록 약한 사람을 괴롭히고 강한 사람 앞에선 꼼짝 못하는 비겁함을 압니다. 팍팍한 살림살이의 화풀이를 아이에게 하는 여자가 싫습니다. 여자의 삶은 이미 슬에 절어 되돌리기 힘들지 모르지만 힘 있는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 조금은 자중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밤마다 악을 쓰는 아이는 분명 학대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엄마라는 절대적 권력자에게 사랑이라 말하기 불편한 감정을 배우고 있는 아이가 마음에 걸립니다.
노래방 도우미라는 여자의 일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요즘 유난히 심해진 아이 울음으로 미루어 보건데 코로나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간신히 버터나가고 있으니 노래방 역시 그럴 것입니다.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노래방에서 수입이 없으니 답답한 마음에 술을 찾을테지요. 취한 여자의 눈에는 아이가 장애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저지른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에 대한 원망이 생겨 밉기도 하겠지요.
남의 가정사이기에 관여할 수 없는 힘 없는 내가 싫습니다. 아이가 울음으로 도움을 요청하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아이는 악을 쓰고 엄마를 부릅니다. 아이 엄마가 그 울부짖음을 바로 알아듣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자신의 아픔과 설음을 스스로 삭히고 아이에게 대믈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코로나가 한시 바삐 물러나서 여자의 주머니가 조금은 여유있길 바랍니다. 살림살이가 나아지면 아이에게 가는 화도 적어질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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