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년의 어느 하루도 거리를 헤매지 않은 적 없었습니다. 그 날도 난 거리에서 비를 맞고 있었습니다. 달동네 좁은 골목을 잇는 처마들은 타인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습니다. 골목이 좁아 길게 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간신히 머리만 가리는 처마 밑에서 멍하니 있다 보니 어느 결엔가 당신이 옆에 있었습니다. 두려움마저 잊은 체 그냥 사람이 반가워 당신을 보고 웃었습니다. 혼자서 비를 맞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밀려 왔습니다.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막막할 때 당신은 내 곁에 말없이 있었습니다.
그 날 이후 나의 눈은 늘 당신을 찾아 두리번 거렸습니다. 귀를 세우고 당신 소리를 듣고자 애를 쓰곤 했습니다. 그저 당신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을뿐 아무 생각도 없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엔 벅찬 현실이기에 잠시 꿈이라도 꾸고 싶었습니다. 소나기 속에서 나를 보는 눈길이 좋았습니다. 말없이 옆에 있어줘서, 한밤중에 비를 맞는 이유를 묻지 않아서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빗방울이 되어 시나브로 내 안에 스며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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