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는 난생 처음 꽃에 묻혀 살았습니다. 봄부터 시작해 모두들 단풍놀이에 빠지는 가을까지 제 시선은 꽃에 머물렀습니다. 가을이 끝날 무렵, 겨울이 오면 한동안 꽃을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울하기까지 했습니다.
세상 일에 분주해 오래도록 꽃과 담을 쌓고 살았습니다. 가까이 있어도 눈에 들어오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루를 살아내는 일이 버거워 다른 생각할 틈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아름다운 것을 많이 보고 자유롭게 살라고 하면서 정작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어쩌다 발 끝에 민들레가 보이면 잠시 주저앉는 정도가 꽃에 대한 관심의 전부였습니다. 세상에는 민들레도 꽃일까 싶을 정도로 화려하고 향기로운 꽃들이 많습니다. 사계절 내내 꽃은 피고 지면서 우리를 향해 웃고 있습니다. 왜 그 웃음이 눈에 보이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땅에 납작 엎드려 고개를 내미는 민들레꽃에 마음 준 것은, 동병상련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사실 살기 위한 안간힘은 모두 같은데 말입니다. 생김새가 소박해서 좋아했던 민들레나 너무 화려해서 경원시했던 장미나 똑같이 지난한 시간들을 견디고 피어 나는데 말입니다.
우려와는 달리 겨울에 꽃이 피는 것을 봤습니다. 마지막 잎새마저 세상에 내어준 헐벗은 나무를 위로하는 하얀 눈꽃입니다. 기나긴 겨울 외롭고 추울까봐 포근한 솜이불로 덮어주는 눈꽃의 아름다움에 시선을 빼앗겼습니다. 지난 시간 힘들고 아팠던 기억들이 눈꽃속에 묻히는 순간입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아이처럼 세상 만물이 신기하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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